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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ption/mY eTude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라...

'김수환 추기경님의 선종'.....

내가 아주 어렸을때.... 정확히 몇살인지는 기억 나진 않지만,

어느때 즈음 부터인가, 신부님의 꿈을 꾸곤 하였다...

특히 이모들이 나에게 ' 미르야 넌 커서 뭐가 될래??' 라고 물을 때마다

'신......부님이 될꺼야....' 라고 대답했었었다....

아마....4살때인가 5살때쯤인가??

모태신앙이였지만 인지하지 못했던 내가 정말 신부님이라는 존재가

내 인생에서 가장 멋있게 다가 올 때가 있었다...

검은색과 자줏빛 띠가 교묘하게 어울러진, 어느 주름이 잘잘~~ 한 할아버지의

느리디 느린, 하다못해 정말 그 어린 나이에 억겁의 시간이라는 개념을 깨닳았을 정도의 속도로

미사를 진행하는 모습은 그 긴긴 시간 내내 나에게 잊지 못할 감동으로 다가와,

어린나이에 눈물이라는 것을 이성적, 감성적, 신적으로 느끼게 하였던 그 순간....

아마도 그 때부터였을거다....

뭐,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있어 지금은 그때가 말도안된다 생각할 정도로 믿겨지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긴 하지만, 정말 그랬었다....

또 그분을 다시 뵙게 됐었을 때.... 그땐 오히려 더더욱 기억이 정확하게 남아있지 않다..

그 분을 다시 뵌 순간부터 격정으로 인한 기억상실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 )

아마 어느정도 자란 때 - 대략 초등 혹은 중...학교때쯤으로 기억한다 -

성당 성가대 활동을 하다가 엉겁결에 주교님이 계신 성당쪽으로 성가대회를 출전했는데,

마침 추기경님께서 오셨던 것이였다.....

( 여기서 한번 짚고넘어가지만 난 추기경님의 업적과 행보들을 찬양하는게 아니다.

뾰족한 송곳은 주머니속에 잘 넣어 놔도 드러나는 법이다. ^^ )

두번째 본 그분의 모습은 젋은 할아버지였다....

그분은 우리들에게 "사랑스러운 천사들, 정말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삶을 사세요."

라는 내용의 간단한 말을 선물해 주시곤 급히 일정을 찾아 떠나셨다...

그렇다... 그분은 낮은곳을 바라보라는 어느 훌륭하셨던 분의 말씀을 따르고 계셨던 것이다.

뭐 그당시쯤 유행했던 달타냥(삼총사씨리즈) 만화나 영화에서 나오는 추기경을 보며

매우 이를 악물며 치를 떨었던 기억도 함께 남아있긴 하다. 희한하지만....

세번째 그분을 뵈었을 때는, 내가 이미 신부의 길을 더이상 욕심 낼 수 없음을 깨닫고,

한참 막나가고 있었을 때 였다....

그당시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와 함께 명동성당을 처음 갔던 날, 그분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먼 발치의 모습 뿐이였지만, 난 그분을 뵙기가 두려워 황급히 자리를 피했던 기억이 있다...

회사 동료 직원 및 상사들과 술을 한잔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를 겨우 잡아 타던 날..

그분을 네번째 뵈었다.......

그 때 그분의 모습은 앞서 뵈었던 세가지의 모습들이 모두 겹쳐진 상태........

아련하고 흐릿한 안개에 가려져 그 모습을 분간 할 순 없지만, 그 쭈글쭈글한 모습은

어딜 가도 알아 뵐 만한!!! 그 분의 모습이였다....

그렇다.... 그분은 그날 선종하셨던 거였다..........

( 다시한번 말하지만 그분의 훌륭하신 업적과, 행보는 얘기하지 않는다. )

신부의 길을 가고 싶었고, 그 길을 위해 하나만 보고 살아 왔었다.....

그 원인은 딱히 기억 안날 정도로 아득한 기억이지만,

그분의 모습은 계속 기억난다.

이 기억마저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며, 날 두렵게 한다...

그분의 평온하신 모습을 보는 욕심은 나에게 과분하고, 훨씬 더 많은 은혜를 입은 이들의

몫으로 남겨 놔야 한다는 생각에 찾아 뵈려는 마음을 접긴 했지만,

뉴스에서 계속 전달해 주는 조문객 행렬의 모습과, 가득 울려 퍼지는 연도의 파장은

나의 가슴에 죽을만큼 사랑했던 여인과 헤어짐을 겪을때 느낄 가슴아림은 비교도 안될 정도의

싸~~~ 한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비록 난 이 글을 쓰기 바로 전까지도 내 자신만을 위해 생활하고 있었지만.....

이 글을 남김으로써 나 또한 그분의 사랑하고, 감사하라는, 낮은자가 되라는 말씀을 따르고자

노력하고 싶다........

평온하고 싶었지만 감히 욕심내지 못했던 그분의 평온한 휴가를 즐거히 보낼 수 있길 기도하며

감히 그분의 형제 - 영혼의 형제 - 가 될 수 있기를 살짝 실어 함께 기도해 - 아니 욕심내 -

본다.......... "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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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내 발을 씻기신 예수 ( 가톨릭청년회예명 : 내발닦 )

그리스도 나의 구세주

참된 삶을 보여주셨네

가시밭길 걸어갔던 생애... 그분은...

나를 위해 십자가를 지셨네



죽음 앞둔 그분은

나의 발을 씻기겼다네

내영혼이 잊지못할 사랑...그모습....

바로 내가 해야 할 소명


주여 나를 보내 주소서

당신이 아파하는 곳으로

주여 나를 보내 주소서

당신 손길 필요한 곳에

먼 훗날 당신 앞에 나 설때

나를 안 아 주소서


기타2 : 낮은 자 되게 하신 주 ( 이거 내가 알기론 내가 존경하던 이형진 형님의 노래로... )

내가 높아지려 세상의 좋은 것 다 찾았으나

그곳에 내 형제 짓눌려 통곡하는 허상의 계곡들 뿐

내가 교만한 이기심에 짓눌려 내형제 알아보지 못함은

내 마음 어둔 곳에 주 이름 가둬놓고 내맘대로 한 교만

내가 사랑이고 싶었지 내가 자유이고 싶었지

내가 부자이고 싶었지 그러나 난 가난한 사람


주님을 찬양 주님을 찬양

나를 낮은 자 되게 하신 주

주님을 찬양 주님을 찬양

( 이게....형진형님이 작사작곡한게 아니라 그냥 불르고 앨범에 실린건지는 쫌 헛갈린다..

형진형님 뵌지 너무 오래되서..... 앨범에 싸인받아놀껄.... ㅡ,.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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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다시 또 길어졌찌만 바둥 좀 닥쵸~쥴뢰~?? ㅎㅎ
       추기경님이 돌아가심에 너무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막 그간의 감회가 떠오르면서
       좀 써본거니까......... 흑.....막 장기기증 붐 일어나나???

PS2: 근데, 내사 기증 엄청 하고 싶지만, 쓸만한 것들이 어디 있을랑가 모르겄네...
        썩어있어도 겐춤하면 가져가랑께요~ 캭~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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